2012년 가을
스스로 경계하는 글 (自警文) - 이이(李珥) -
먼저 모름지기 그 뜻을 크게 가져 성인(聖人)의 경지(境地)에까지 가는 것을 준칙(準則)으로 삼아 털끝만큼이라도 그에 미치지 못하면 나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마음이 정해진 자는 말이 적어진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정하는 데는 말을 적게 하는 것으로 시발(始發)을 해야한다.
말을 해야 할 때 한다면 그 말은 결국 간략(簡略)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랫동안 풀어놓았던 마음을 일조(一朝)에 거두어 힘을 얻는다는 것이 그 어찌 용이(容易)하랴.
마음은 곧 살아 있는 것이어서 힘을 안정(安定)시키기에 실패하면 요동(擾動)이 일어 편안(便安)하기 어렵게 되나니
만약 사려(思慮)가 어지러울 때 염오(厭惡)의 생각이 들어 이를 끊어 버리려 한다면 오히려 더욱더 어지러움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함을 느끼게 되어 마치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듯 여기게 된다. 설사 끊는다 하더라도 다만 그 끊었다는 사실 자체가 흉중(胸中)에 가로놓여 있게 되어 또한 허망스럽게 되고 마는 법이다.
어지러움에 당했을 때엔 정신(精神)을 수렴(收斂)하여 조용히 조관(照管)하여 그 자체에 더불어 끌려 다니지 말 것이로다.
이런 면에 애쓰면 끝내 안정되고 때를 얻어 일을 집행함에 전일 하게 되나니 이 역시 마음을 안정시키는 단련법(鍛鍊法)이니라.
항상 계구(戒懼)하고 혼자 있을 때를 근신(謹愼)하는 뜻을 가슴 속에 지닌 채 늘 생각하여 게으르지 않으면 일체(一切)의 사념(邪念)이 저절로 일어나지 못하느니라.
만가지 악(惡)은 모두가 근독(謹獨)하지 않음을 쫓아 일어나느니라.
근독(謹獨)한 후에야 욕기영귀(浴沂詠歸)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새벽에 일어나서는 아침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식후에는 낮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취침(就寢)시에는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일이 없으면 그만이려니와 일이 있으면 반드시 합당하고 의당한 도리에서 처리할 것을 생각한다.
그런 후에 글을 읽어야 하니,글 읽음에는 시비(是非)를 구분하여 이를 행사에 베풀지니라.
만약 일을 살피지 않고 울연(兀然)히 글만 읽는다면 이는 소용없는 학문을 하는 것이니라.
재리(財利)와 영리(榮利)는 비록 그 생각을 쓸어 제거한다 할지라도 만약 일에 처했을 때에 일호(一毫)라도 편의의 쪽을 택한다면 이 또한 이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니 더욱더 성찰(省察)할 것이로다
무릇 일을 만나 만약 할 만한 일에 이르러서는 곧 성실(誠實)을 다하여 이를 처리할 것이며 염증을 내거나 권태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된다.
만약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딱 잘라 끊어 버리고 시비(是非)로 하여금 가슴 속에서 교전(交戰)하게 해서는 안된다.
항상 불의(不義)를 한번만 행하고,무고(不辜)한 자를 한번만 죽이고 천하(天下)를 얻는다 할지라도 이를 행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슴속에 간직할지니라.
횡역(橫逆)이 다가오면 스스로 반성(反省)하고 깊이 성찰하여 감화(感化)로써 기약을 삼을지니라.
한 집안 사람이 교화(敎化)되지 않음은 이는 곧 성의(誠意)를 다하지 않았음이니라
밤잠이나 질병(疾病)이 아닌 다음에는 쓰러져 눕지 아니하며
비스듬히 기대지도 아니하며
비록 밤중일지라도 졸립다는 생각이 없으면 눕지 아니하며,다만 억지로는 말 것이니라.
낮에 졸음이 오면 마땅히 정신을 깨우쳐야 하며
졸음이 그래도 십분 맹렬(猛烈)하여 눈을 뜨려 해도 눈꺼풀이 무거운 듯하면 일어나 몇 바퀴를 걸어다녀서 잠이 달아나도록 해야 한다.
공부에 힘쓰되 느리게도 급하게도 말며 죽은 뒤에야 그치리라는 생각으로 한다.
만약 그 효과가 빨리 드러나기를 바란다면 이 또한 이심(利心)이 있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만약 이렇게 안한다면 이는 부모께 받은 몸을 육욕(戮辱)하는 것이니 곧 사람의 아들이라 할 수 없느니라.
先首大其志 以聖人爲準則 一毫不及聖人 則吾事未了
心定者言寡 定心自寡言始 時然後言 則言不得不簡 久放之心 一朝收之得力 豈可容易 心是活物 定力未成 則搖動難安 若思慮紛擾時 作意厭惡 欲絶之 則愈覺紛擾 條起忽滅 似不由我 假使斷絶 只此斷絶之念 橫在胸中 此亦妄念也 當於紛擾時 收斂精神 輕輕照管 勿與之俱往 用功之久 必有 定之時 執事專一 此亦定心功夫
常以戒懼謹獨 意思存諸胸中 念念不怠 則一切邪念 自然不起
萬惡 皆從不謹獨生
謹獨然後 可知浴沂詠歸之意味
曉起 思朝之所爲之事 食後 思晝之所爲之事 就寢時 思明日所爲之事 無事則放下 有事則必思得處置合宜之道 然後讀書 讀書者 求辨是非 施之行事也 若不省事 兀然讀書 則爲無用之學
財利榮利 雖得掃除其念 若處時 有一毫擇便宜之念 則此亦利心也 尤可省察
凡遇事 至若可爲之事 則盡誠爲之 不可有厭倦之心 不可爲之事 則一切斷絶 不可便是非 交戰於胸中
常以行一不義 殺一不辜 得天下 不可爲 底意思存諸胸中
橫逆之來 自反而深省 以感化爲期
一家之人 不化 只是誠意未盡
非夜眠及疾病 則不可偃臥 不可跛倚 雖中夜 無睡思 則不臥 但不可拘迫 晝有睡思 當喚醒 此心十分猛 醒眼皮若重 起而周步 使之惺惺
用功不緩不急 死而後已 若求速其效 則此亦利心 若不如此 戮辱遺體 便非人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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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이선생님이 어머니를 여의고 나서 머리를 깍고 금강산에 있는 절에
들어가 수도를 하다, 다시 뜻한 바가 있어 세속으로 나와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하여 지은 글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