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어도 기억에 남는 환자 이야기> - 1 -
지금부터 22년전 병원 인턴 시절이 끝나갈 무렵 인턴의 하루하루가 무척 바빴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낮이면 햇살이 가득 드는 6인 병실이 있었는데, 대부분 환자는 중풍 환자들이었습니다.
오전 회진을 끝내고, 레지턴트가 침을 놓고, 인턴은 뜸을 뜨고 했었죠.
그 병실에 반신이 완전히 전혀 사용을 하지 못하시는 할머니 한분이 계셨습니다.
다리에 혈자리를 잡아 뜸을 뜨면 향긋한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면,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면서
" 잘 익었지요? 한점 드시고 가시라요. ㅎㅎㅎㅎㅎ"
온 병실이 깔깔깔 ......
"원장님 제 별명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제 별명이 맙소사랍니다. ㅎㅎㅎㅎㅎㅎ"
또 온 병실이 깔깔깔 웃음이 터집니다.
(참고로 그분 이름은 이소사 할머니이십니다. 이소사 ==> 맙소사 )
어느 날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묻습니다.
"원장님 사랑이 무엇인지 아십시까? 흐흐흐 "
머뭇머뭇 하는 제게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랍니다. ㅎㅎㅎㅎㅎ"
오늘은 그 할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그 6인 병실은 늘 그 할머니 덕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늘 파티 분위기였습니다.
비록 반쪽을 완전히 사용을 못하시지만,
한 손으로 환자용 지팡이를 잡고 화장실 까지 혼자 요령으로 걷기를 하셨습니다.
보통 사람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신데, 불굴의 의지로 그렇게 하셨죠.
아직도 웃으시던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소사 할머니 사랑합니다.